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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준비 됐습니까?서평 2019. 7. 14. 16:25
싱큐 ON 선정 그리고 첫번째 책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싱큐베이션 관련 정보를 접했고, 그간 독서모임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에 싱큐베이션 2기에 지원하였다. 평소에 써놓은 서평이 없었기에 부랴부랴 최근 읽은 책 몇권의 서평을 작성했다. 떨리는 마음과 함께 지원서를 제출했고, 운이 좋게도 싱큐ON 멤버로 선정되었다. 싱큐 ON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과연 어떤 책을 읽을것인가? 였다. 공개된 리스트를 확인하고 첫번째 책 제목부터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책만 보는 바보
이 책은 조선시대 학자 이덕무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백탑아래 허름한 동네에 모여서 살며 끊임없이 책을 읽는다. 책만 보는 바보라는 의미의 간서치는 이덕무의 별명이다. 이덕무와 그의 친구들은 대부분 출생이 서자 출신으로 출세의 길이 막혀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백탑 아래에서 독서를 통해 지혜를 쌓으며 견문은 넓힌다.
기회를 잡다
책만 읽으며 세월을 보내는 동안 어느새 마흔 둘이라는 나이를 앞둔 이덕무는 심념조 대감 집에서 다녀가라는 전갈을 받는다. 이야기인즉 심 대감이 중국으로 가는 사신으로 임명되었는데, 이덕무와 그의 친구 박제가, 유득공이 수행원으로 같이 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덕무의 스승 중 한분인 담헌 선생이 당시 왕인 정조에게 평소 능력은 있되 쓰이지 못하는 인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하는데, 바로 이덕무 패거리(?)를 염두한 말이었다. 그렇게 이덕무와 친구들은 중국 사신의 수행원으로 떠나게 된다.
대륙을 배우다
수행원으로 중국에 도착한 그들은 사신들과 달리 자유로운 시간이 많이 주어지고 거리로 나선다. 유리창 거리에서 산처럼 쌓인 책들 사이로 진귀한 책들을 수집하기도 하고, 반정균 등 중국 선비들과 만나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연경 대로변의 상점 거리에서 상인과 물건 값을 흥정하는 중국 선비의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당시 조선에서는 청나라를 오랑캐의 나라라고 해서 무시하고 외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 사이 청나라가 이룬 업적은 실로 어마무시했다.
중국에서 돌아온 그들은 그들이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한다. 박제가는 ‘북학의‘를 저술하여 현재에 안주하고자 하는 사대부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덕무는 중국 이야기를 듣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득공은 옛 고구려와 발해의 기록을 정리한다.
입궐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은 중국에 다녀온 이듬해에 대궐의 부름을 받아 규장각 검서관이라는 직책에 임명된다. 규장각은 정조가 즉위하자마자 새롭게 세운 기관으로, 조선의 학문을 새롭게 일으키고 번영시켜 나갈 중심이 되는 곳이었다. 검서관은 규장각의 모든 실무를 담당하는 역할이었다고 하니 드디어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업적
십년이 넘게 검서관 직책을 맡으면서 그들은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 대표적으로 정조의 명을 직접 받고 무예서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한다. 이제까지의 무예서가 이론에만 충실했다면, 무예도보통지는 실제 훈련에도 쓸 수 있는 실용적인 무예서였다. 정조는 완성된 책에 크게 만족해 하며 이 책을 영원히 보존하라고 한다.
이후에는 검서관 일뿐 아니라 다른 일도 맡게 된다. 이덕무는 지방의 고을 현감으로, 유득공은 양평 군수로, 부여 현감으로, 백동수는 비인 현감으로 임명되어 직접 백성들 속으로 들어간다. 각자 위치에서 백성들의 살림을 살찌우고, 횡포를 부리는 양반들을 엄격하게 다스린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이덕무와 그의 벗들은 준비된 사람들이었다. 서자라는 태생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으며, 언젠가 언젠가 자신들이 쓰임받을 그날을 기다린다. 그렇기 때문에 정조의 눈에 띄었고 입궐 할 수 있었다. 이덕무와 벗들이 결과를 알고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그들은 기회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우리에게도 언제 기회가 찾아올지 모른다. 그 때를 기약하면서 끊임없이 나 자신을 발전시키고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조, 소통의 아이콘
이덕무와 그의 벗들은 운이 좋았다. 바로 그 당시 왕이 정조였던 것이다. 정조는 이덕무와 같은 서자들의 처지를 측은히 여기고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또한 굉장히 오픈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었다. “나랏일과 관련하여 가슴에 품고 있는 생각들이 있으면 다 드러내어 이야기하라. 내 귀 기울여 듣고, 마땅히 할 일들이 있다면 즉시 취하여 실행하도록 하리라.” 이러한 말을 통지문으로 작성하여 지방의 말단 관리들에게까지 내렸다고 한다. 왕의 위치에서 아랫 사람에게 직접 조언을 구하는 태도가 인상깊었다. 이런 정조가 아니였으면 이덕무와 그의 벗들이 관직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들이 관직을 얻지 못했다면, '북학의' 나 '무예도보통지' 같은 책도 없었을 것이니 역시 어느 시대에서건 리더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
공동체
이덕무와 그 친구들은 백탑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부분이 굉장히 부러웠는데, 내가 원래 성장형 사고방식의 사람도 아니었거니와 내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타인의 영향력‘에서 보았듯이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주는 존재는 바로 함께 헤엄치는 사람들이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를 적극적으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씽큐ON을 하면서 그룹원들과 함께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첫 서평을 쓰면서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서평을 쓰니 책을 다시 한 번 리뷰하게 되고, 내용도 훨씬 잘 정리되었다. 안쓰던 글을 쓰려니 머리도 아프고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장기기억으로 가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막 첫번째 서평을 마치고 나니 뿌듯하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 남은 책도 열심히 읽고 정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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